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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상상해보자. 세계 금융 시스템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거대한 중앙집권적 속임수라고 본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결국, 더 공정한 시스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많은 독립적인 참여자들 사이에서 권한을 분산함으로써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중앙 기관이 거래를 검증하는 대신, 각 기여자는 자신의 노드를 운영하며 분산된 합의를 통해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검증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다. 수천 명의 분산된 참여자들이—각자 재정적 이익을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를 유인이 큰 상황에서—서로의 작업의 유효성에 동의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소수의 그룹이라도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속이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해결책은 작업 증명(PoW)이었다. 이는 채굴자들이 블록 데이터를 다양한 논스(nonce) 값과 함께 반복적으로 해시하여 특정 난이도 기준을 충족하는 해답을 찾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장 먼저 성공한 사람이 새 블록을 제안할 수 있으며, 비트코인으로 보상을 받는다.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모든 노드가 빠르게 각 블록을 검증하거나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비트코인(BTC)에 꽤 잘 작동했다. BTC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검열 저항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농담 아님). 하지만 트레이드오프도 있다. 비트코인의 PoW 모델은 느린 거래 속도와 높은 에너지 소비를 초래한다. 네트워크는 평균적으로 초당 7건(TPS)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비자(Visa)와 같은 현대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같은 레이어 2 솔루션이 비트코인의 확장성을 돕지만, 기본 레이어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채굴에는 국가 단위의 에너지가 소비되며, 환경 보호론자들과 규제 당국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계들이 결정적인 장애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더리움이 스마트 계약을 통한 프로그래밍 가능성을 목표로 등장하면서, 확장성 문제는 더욱 커졌다. 온체인 코드 실행은 단순 거래 실행보다 훨씬 많은 연산을 요구하며, 롤업 도입 전 이더리움의 기본 레이어는 초당 15~30건(TPS)만 처리할 수 있어, 혼잡, 높은 수수료, 느린 확인 속도를 초래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솔라나(Solana)의 2017년 혁신, 역사 증명(PoH)이다.
PoH는 합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암호학적 시간 기록 시스템이다. 검증자들이 지속적으로 거래 순서를 결정하기 위해 통신하는 대신, PoH는 지속적인 해싱(SHA-256)을 사용하여 검증 가능한 거래 이벤트의 연속성을 사전에 확립한다.
잠깐 멈춰보자. 내용이 많다. 여기서 핵심은 PoH가 이론적으로 솔라나가 초당 50,000~65,0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훨씬 많다. 거래는 거의 즉시 정산되며, 솔라나는 가장 빠른 공개 L1 블록체인 중 하나가 된다.
솔라나는 PoH와 지분 증명(PoS)을 결합하여 속도, 보안 및 탈중앙화를 균형 있게 유지한다. 기존 PoS 네트워크는 검증자들이 지속적으로 타임스탬프에 동의해야 하지만, 솔라나의 블록체인 구조는 거래 순서를 본질적으로 인코딩하므로 검증자들이 검증과 보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합의의 주요 병목 현상을 제거한다.
물론 PoH에도 단점이 있다.
높은 연산 요구 사항으로 인해 강력한 하드웨어와 대역폭이 필요하며, 이는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이나 데이터 센터만이 효율적으로 검증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솔라나의 나카모토 계수(~30-40)는 일부 체인보다 낫지만, 소수의 주체가 대부분의 지분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철학을 훼손하며 담합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솔라나는 극도로 빠른 속도 때문에 다른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 느린 블록체인은 최종 확정 전에 거래를 메모리 풀에서 처리하면서 자동 검증 및 이상 탐지를 할 시간이 있지만, 솔라나와 같은 고속 체인은 메모리 풀 기반 필터링을 사용하지 않고 프론트러닝, 스팸, 조작 등을 프로토콜 수준에서 완화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분 가중 품질 서비스(QoS), QUIC 네트워킹, 로컬 수수료 시장 등이 도입되었으며,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결국, 솔라나의 역사 증명(PoH)은 블록체인 검증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속도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탈중앙화를 완전히 희생하지 않음으로써,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경쟁하며 거의 즉각적인 저비용 온체인 거래를 실현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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